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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의 기다림> 정령과 인간의 사랑

by 스토아 2023. 8. 20.

1. 영화 정보

개봉 : 2023.01.04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멜로,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국가 : 오스트레일리아

러닝타임 : 108분

감독 : 조지 밀러

출연 : 틸다 스윈튼(알리테아 비니), 이드리스 엘바(진)

2. 영화 줄거리

 서사학자 알리테아 비니는 강연을 위해 이스탄불로 떠납니다. 공항에 도착하자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나타나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가자고 합니다. 일행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그는 사라져 버리고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넘기게 됩니다. 

 그녀는 강의를 시작했고 강의 중에 환영을 보게 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강연을 모두 마치고 한 골동품 가게에서 푸른색병을 발견하고 마음에 끌려 사게 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옵니다. 알리테아는 전동칫솔로 그 푸른색병을 씻는 과정에서 갑자기 병이 깨지고 푸른 연기가 피어나더니 엄청나게 큰 진이 풀려납니다.

그녀는 자신이 또다시 환영을 본다고 생각하여 눈을 감고 사라지기를 빌며 숫자를 셉니다. 아무리 수를 세어도 진은 사라지지 않았고 진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진은 알리테아에게 자신을 풀어준 은인이라며 3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합니다. 

"당신은 날 풀어준 은인이니까 감사의 표시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진

"난 소원이 없어요. 필요한 건 전부 있어요." 알리테아

"어쩌다 저 병에 들어간 거예요?" 알리테아

 

그렇게 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자신은 총 3번 병에 갇히는 일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병에서 꺼내준 사람이 소원 3가지를 다 말해야 자유를 얻어 정령의 나라로 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진의 사연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사연은 전설 속의 시바여왕과 솔로몬 황제의 이야기입니다. 시바 여왕은 진의 사촌쯤 되는 관계이면서 진이 한때 온 마음으로 사랑했던 여인입니다. 하지만 솔로몬 왕과 사랑에 빠지면서 진을 버리게 되었고 진은 솔로몬의 힘으로 그때부터 병에 갇히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우연히 발견되어 소원을 들어주고  병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지만 계속 병에 갇히게 되는 신세가  됩니다. 정치적 음모나 권력 싸움, 헛된 욕망 등으로 의미 없어지는 소원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가장마지막으로 병에 갇히게 된 사연은 자신을 꺼내준 제피르라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제피르는 세상의 모든 이로운 지식을 얻게 해 달라며 소원을 말합니다. 진은 소원을 들어주었고 둘은 사랑하게 됩니다. 드디어 세상의 모든 지식을 통달한 제피르는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집니다. 마지막 소원으로 세상으로 나가게 해 달라는 제피르를 진은 보내기 싫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던 진은 마지막 소원을 유보하다가 결국 제피르의 분노를 사게 되어 그 분노가 극에 달한 제피르는 진을 만난 사실이 없었던 일처럼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리를 질렀고 그것이 마지막 소원이 되어 결국 진은 다시 병에 갇히게 되고 영원히 잊히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알리테아는 진에게 소원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진이 제피르에게 주었던 사랑을 자신이 받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정령과 사랑을 하게 되는 알리테아는 이스탄불의 호텔에서 지신의 집이 있는 영국으로 진을 데리고 옵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것조차 진에게는 힘든 일이었고 공해와 문명의 오염으로 인해 진은 고통을 받게 되면 점점 모습이 먼지가 되어갑니다. 알리테아는 그런 진에게 원래 있었던 곳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욕심으로 함께 있는 것보다는 현명하게 진을 보내주기로 합니다.

 

3년이 지나고 알리테아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나갑니다. 바로 3000년의 기다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공원에서 늘 그랬던 거처럼 혼자였던 알리테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나 걸어가는 알리테아에게 진이 나타납니다. 둘은 손을 잡고 걸어가고 그렇게 영화의 막이 내립니다.

 

3. 영화 후기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매우 즐기는 편이어서 처음엔 엄청 기대하고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시각적인 부분만 집중해서 보다 보니 이게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한번 봤을 때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이영화에 대해 글을 작성하면서 두 번을 더 감상했습니다. 표면적인 내용을 대충 알 것 같은데 실제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할까에 대한 것이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연구하는 서사학자 알리테아에게 3000년의 기다림을 이야기해 줄 진이 등장합니다. 

상상의 나래 속에서 자신의 갈망을 풀어가는 알리테아에게 소원이 무엇인지 묻는 정령이 등장합니다.

결혼과 임신을 경험했지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혼까지 경험한 알리테아의 갈망은 이야기와 사랑이었을 것 같습니다. 진은 그녀 앞에 나타나 소원을 말하라고 하지만 이미 사랑이라는 감정은 잊었고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사는 알리테아는 자신의 내면 속에 갈망을 알지 못합니다. 서사학자인 알리테아는 결국 진에게 소원을 말하는 것은 소원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원이라는 것이 결국은 이룰 수 없는 일을 바라게 되고 그것은 곧 욕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악마의 속삭임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의심의 여지가 많았던 알리테아는 진의 우여곡절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누구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달콤한 속삭임을 이루고 싶다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합리화하의 과정을 거쳐 그 근거를 찾기 마련이지 않을까 합니다. 진은 알리테아에게 그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야기라는 것이 현재 상황을 본인의 의지로 끌어가기게 가장 설득 적이고 합리적인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진은 그 도구를 정말 멋지게 이용합니다. 알리테아는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결국 자신이 갈망하는 것이 사랑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진의 갈망이기도 합니다. 병에서 자신을 꺼내준 사람의 소원을 들으줌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정령의 나라로 갈 수도 있고 시바여왕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그동안 무수한 세월을 거치며 자신을 병에서 꺼내준 이들을 통해 이루고 싶어 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순수한 알리테아는 결국 사랑을 갈망하고 진 또한 자유와 사랑이라는 두 가지를 다 갖게 됩니다. 현대 문명 앞에 존재할 수 없었던 진은 결국 알리테아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찾아왔다를 반복하지만 둘의 사랑은 이루어졌습니다. 환경적인 여건에 의해 다시 이별을 경험하게 되지만 3000년의 기다림이란 글을 쓰면서 알리테아는 그 사랑을 이야기책 속에 영원히 간직하게 됩니다. 일을 하면서 외로움, 사랑의 결핍등을 잊고 살았지만 이야기 꾸러미에 사랑을 담아 온 진에 의해 알리테아와 진의 갈망은 모두 해소되고 그것을 책을 통해 영원히 간직한다는 이 영화의 내용이 너무나 설레고 의미심장하게 느껴져 한동안 깊은 호흡을 했었습니다.  소원과 갈망이라는 것이 결국은 이루어짐과 동시에 기다림을 가져야 하고 마음속에 깊이 묻어둘 수도 있어야 한다는 긴 여운을 불러일이 키는 내용의 영화였습니다.